글쓰기1 언어의 온도 - 이기주 자신에게 어울리는 길 단편소설의 거장으로 꼽히는 안톤 체호프가 쓴 희곡 중에 '벚꽃 동산'이라는 작품이 있다. 19세기 러시아 봉건 귀족 사회가 붕괴하고 신흥 부르주아가 부상하는 과정을 날카롭고 처연하게 그린 작품이다. 몰락한 지주 라네프스카야는 호화로운 파리 생활을 청산하고 가족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남은 거라곤 곧 경매에 부쳐질 벚꽃 동산뿐이다. 하필 왜 벚꽃 동산일까. 안톤 체호프는 어떤 이유에서 벚꽃 동산을 희곡의 무대로 삼은 것일까. 내 생각은 이렇다. 한껏 흐드러지게 피다가 일순간 꽃비를 흩뿌리며 사라지는 벚꽃이, 짧디짧은 우리네 인생과 닮았기 때문이 아닐는지. 경제적으로 궁핍해진 친척들이 라네프스카야에게 변화를 강요하면서 이야기의 갈등이 고조되고 극은 막바지로 치닫는다. 그녀의 .. 2021. 3. 14.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