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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15

[나의 문장 수집] 빵 고르듯 살고 싶다-임진아 오늘 내 기분이 어떤지 알고 싶을 때, 지금 내 마음이 어떤지 궁금해질 때, 상처받은 마음에 발라 줄 빨간약이 필요할 때, 상처 준 미안함에 고개를 들 수 없을 때, 나만 홀로 서 있는 것 같을 때, 나만 딴 길로 들어선 것 같을 때···. 이런저런 이유로 속이 시끄러울 때면 이 책을 펼쳐든다. 그리고 손에 잡히는 페이지에 가만히 집중한다. 작가가 빵 고르듯, 그렇게 나의 '오늘의 기분'을 고르며 숨을 돌린다. 마음을 다독이고 싶을 때 읽으면 내 일상의 작은 행복 조각들을 발견할 수 있는 책입니다. :) 청을 녹이는 시간 어쩌면 사람의 마음도 그렇지 않을까? 차가워진 혹은 먹먹해진 마음에는 조금씩 저어주는 과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마음의 문제는 냉장 보관된 청보다 더 차갑게 굳을 수 있기에 단숨에 풀어지.. 2023. 6. 22.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 - 김범석 p210~211 누군가를 돌볼 때에는 어느 정도는 이기적이어야 이타적이 될 수 있다. 결국 이기심과 이타심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내가 편하기 위해서 남을 배려하지 않는 이기심이 아니라 스스로를 돌볼 수 있고 스스로 평온함을 찾을 수 있는 이기심은 필요하다는 말이다. 우리는 누군가의 보호자이기도 하고 누군가를 돌봐야 하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그에 앞서서 나 자신을 보살펴야 하는 스스로의 보호자기도 하기 때문이다. 나를 가장 먼저 돌볼 사람은 나뿐이다. 스스로를 보살필 수 있을 때 남을 돌볼 수 있는 능력과 여력이 생긴다. 이타적이기만 하려다가 스스로를 돌보지 못해서 다른 사람도 돌보지 못하는 것은 결코 바람적인 일이 아니다. 극한까지 몰아붙이며 지쳐가는 스스로를 돌보지 못하고 외면하다가 결국 몸도 마음도 .. 2021. 4. 21.
전국축제자랑 - 김혼비&박태하 축제의 힘을 믿든 말든 충남 예산 의좋은형제축제 · 그건 정말 우연이었을까 · 하지만 우리에게도 동심이 시험받는 순간이 있었다. 무대 옆 천만들 중 한 곳에 들어가 막걸리에 파전을 먹고 있을 때였다. 프로그램 사이에 시간이 떠서 이런저런 이야기로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아 놓기 위해 애쓰던 사회자가 한 커플에게 말을 걸었다. "아까부터 두 분이 너무 다정하게 서 계셔서 눈에 계속 띄었는데요." 아닌 게 아니라 중·장·노년층 아니면 아이 동반 가족이 대부분이 축제장에서 20~30대 커플은 눈에 계속 띌 수밖에 없었다.(우리가 거기에 계속 서 있었어도 그랬을 것이다.) 사회자가 그들에게 어디서 왔고 어떤 관계냐고 물을 때까지만 해도 이 막걸리가 어디서 왔고(아랫동네인 청양군에서 온 '탁선생 생막걸리'였다.) 막.. 2021. 3. 30.
한 글자 사전 - 김소연 때 이것을 만나는 것을 행운이라고 하고 이것을 맞추는 걸 능력이라고 한다. 땡 일요일 정오, 에서 우리를 즐겁게 해주는 출연자에게 들려주었던 한 음절. 깡 힘의 마지막 단계, 젖 먹던 힘은 배짱에서 악착으로, 그리고 오기로, 그다음 깡의 순서로 버전업 되어간다. 꼭 '반드시'라고 표현하면 어딘가 권위적으로 보이고, '당연히'라고 표현하면 어딘가 건성으로 여겨지고, '제발'이라고 표현하면 어딘가 비굴하게 보이고, '부디'라고 표현하면 너무 절절해 보여서, 건조하지만 정갈한 염원을 담백하게 담고 싶을 때 쓰는 말. 꿈 여기에서는 꿈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하지만 꿈속에서는 여기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날 하루와 하루 사이에 끼인 면도날 같은 하루. 하루로 익어가기 이전의 날것인 하루. 멋 '있다' 혹은 '지.. 2021. 3. 15.
언어의 온도 - 이기주 자신에게 어울리는 길 단편소설의 거장으로 꼽히는 안톤 체호프가 쓴 희곡 중에 '벚꽃 동산'이라는 작품이 있다. 19세기 러시아 봉건 귀족 사회가 붕괴하고 신흥 부르주아가 부상하는 과정을 날카롭고 처연하게 그린 작품이다. 몰락한 지주 라네프스카야는 호화로운 파리 생활을 청산하고 가족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남은 거라곤 곧 경매에 부쳐질 벚꽃 동산뿐이다. 하필 왜 벚꽃 동산일까. 안톤 체호프는 어떤 이유에서 벚꽃 동산을 희곡의 무대로 삼은 것일까. 내 생각은 이렇다. 한껏 흐드러지게 피다가 일순간 꽃비를 흩뿌리며 사라지는 벚꽃이, 짧디짧은 우리네 인생과 닮았기 때문이 아닐는지. 경제적으로 궁핍해진 친척들이 라네프스카야에게 변화를 강요하면서 이야기의 갈등이 고조되고 극은 막바지로 치닫는다. 그녀의 .. 2021. 3. 14.
기분을 만지다 - 김은주, 에밀리 블링코 내 안에, 있다. 인생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업데이트, 스스로가 가장 자랑스러웠던 순간을 업데이트, 가장 사랑받고 또 사랑을 주었던 순간을 업데이트해가는 과정일지 모른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개인의 역사 어느 지점부터 비록 최상의 순간들이 업데이트되지 않더라도 삶의 단 한순간, 가장 찬란하거나 가장 따뜻하거나 가장 행복했다면 그 한순간을 붙잡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이다. 위로받을 수 있고 용기 내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이유, 그 답은, 내가 살아온 인생 안에 있다. 심리적 샤워 친구는 내 편이다. 또 다른 나이다. 힘들거나 고민되는 일이 있을 때 친구를 만나 수다를 떨면 기분이 한결 나아지는 것은, 제2의 내가 제1의 나에게 듣고 싶은 응원을 해주기 때문이다. 내가 상사나 직장동료가 .. 2021. 3.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