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1 평일도 인생이니까 - 김신지 퇴근 후 저녁을 먹고 나면 아홉 시가 된다. 매일 겪어도 매일 억울하다. 아니, 뭐 했다고 아홉 시야······. 투명한 버스를 네 대쯤 구경하고 나서 걸음을 이어갔다. 이촌 한강공원에 이르렀을 땐 발이 아파 더 걸을 수가 없었다. 편의점에서 맥주를 한 캔씩 사서 강변 계단에 앉았다. 건너편의 불 밝힌 도시를 바라보며 웃자란 풀들 사이에 앉아 맥주를 마시는 건 초여름을 지날 무렵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기도 했다. 캄캄한 하늘 위론 이따금 밤 비행기가 반짝이며 지나갔다. 그때마다 잔디밭 어딘가의 돗자리에서 "비행기다!" 하고 반갑게 외치는 꼬마의 목소리가 들리곤 했다. "이럴 때 보면 행복 진짜 별거 없다." 강은 영감처럼 또 그런 소릴했다. 어제의 대화를 복기하며 행복의 최대치에 대해 곰곰 생각하던 나.. 2021. 3. 1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