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 22일 아침, 아이유가 기습 발표한 곡 '가을 아침.'
그날 아침을 잊을 수 없다. 아침부터 귀 호강하며 따뜻해진 마음으로 그날 하루를 온전히 버텼던 기억이 여전히 자리한다.
태풍이 지나가고 새벽바람에 찬기운이 아주 살짝 묻어나는 요즘,
나는 벌써부터 가을을 기다리며 이 곡을 듣고 있다.
찬바람이 불면 어김없이 '이른 아침~'이 귓가에 맴돈다.
이 곡은 바닥으로 숙인 고개를 하늘로 향하게 만든다. 아, 내 머리 위에 하늘이 있었지, 하고 잊고 있던 하늘을 눈에 담게 된다.
그리고 내 앞엔 여전히 넓은 세상이, 다양한 풍경이 펼쳐져 있으니 요리조리 고개를 돌려 즐겁게 담으라고 가만히 속삭인다.
아이유의 목소리는 개인적으로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다 담긴 목소리라고 생각하는데 어느 하나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만큼 각 계절의 목소리가 다 좋다.
하지만 가을 목소리로 불러주는 잔잔한 응원이 요즘 내게 간절한 기쁨이다.
앨범소개
시간이 흘러도 바래지 않는, 소박하고 아름다운 추억의 흔적
'아이유' 두 번째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 둘]
오래된 서재에서 먼지를 털어내고 꺼내든 책 한 권. 한 장씩 책장을 넘기다 책갈피처럼 끼워진 빛바랜 네 잎 클로버나 꽃잎들을 발견할 때가 있다. 오래전 누군가가 마음을 담아 선물했을 소박하고 아름다운 흔적. 또 그 페이지마다 밑줄이 그어져있는 기억할 만한 글귀들. 이러한 '꽃갈피'는 요즘은 점점 잊혀 가고 있는 예전 아날로그 세대의 감성과 낭만을 보여주는 청년 문화의 상징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아이유'의 두 번째 리메이크 앨범인 [꽃갈피 둘]은 지난 2014년 첫 선을 보여 대중과 평단의 뜨거운 호평을 이끌어낸 리메이크 음반 [꽃갈피]의 연장선에 놓인 작품으로, 원곡에 담긴 아날로그 감성과 '아이유' 특유의 서정성이 마주한 스페셜 미니음반이다. 지난 [꽃갈피] 앨범과 마찬가지로 아이유 본인이 평소 아껴왔던 '꽃갈피' 같은 이전 세대의 음악들을 직접 선곡하였으며, 정재일, 고태영, 홍소진, 강이채, 적재, 임현제(혁오), 김성모, 정성하 등 폭넓은 세대와 장르의 뮤지션들과 협업하여, 원곡 고유의 정서 위에 아이유의 색채를 덧입히는 작업에 어느 때보다 섬세한 노력을 기울였다.
세대를 관통하는 추억의 노래들을 아이유의 순수한 음색으로 재해석해낸 [꽃갈피 둘]은, 시간이 흘러도 바래지 않는, 소박하고 아름다운 순간들을 되살려, 다시금 세대와 세대를 잇고 그 속에 진한 공감과 울림을 선사하며, '꽃갈피'로써 추억의 선물, 그 자체가 되길 소망한다.
1. 가을 아침
原曲: 양희은 / 작사, 작곡: 이병우 / 편곡: 정성하
" 이 곡은 아침이슬 20주년 기념 음반인 [양희은 1991]에 수록된 곡입니다. 당시 비엔나에서 유학 중이시던 이병우 감독님과 뉴욕에 계시던 양희은 선배님께서 동시 녹음으로 하루 만에 9곡 녹음을 끝낸 음반이라고 선배님께 전해 들었습니다.
제가 음악적으로 존경하는 두 분의 어린 시절 풋풋함과 청량함을 느낄 수 있어 정말 많이 들었던 앨범인데 그중에서도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곡입니다. 구성이 간단한 곡인데도 기타 연주와 목소리, 노랫말이 빈틈 없이 완벽하게 어우러져 제목 그대로 가을 아침처럼 아름답습니다. "
-가사-
이른 아침 작은 새들 노랫소리 들려오면
언제나 그랬듯 아쉽게 잠을 깬다
창문 하나 햇살 가득 눈부시게 비쳐오고
서늘한 냉기에 재채기할까 말까
눈 비비며 빼꼼히 창밖을 내다보니
삼삼오오 아이들은 재잘대며 학교 가고
산책 갔다 오시는 아버지의 양손에는
효과를 알 수 없는 약수가 하나 가득
딸각딸각 아침 짓는 어머니의 분주함과
엉금엉금 냉수 찾는 그 아들의 게으름이
상큼하고 깨끗한 아침의 향기와
구수하게 밥 뜸드는 냄새가 어우러진
가을 아침 내겐 정말 커다란 기쁨이야
가을 아침 내겐 정말 커다란 행복이야
응석만 부렸던 내겐
파란 하늘 바라보며 커다란 숨을 쉬니
드높은 하늘처럼 내 마음 편해지네
텅 빈 하늘 언제 왔나 고추잠자리 하나가
잠 덜 깬 듯 엉성히 돌기만 비잉비잉
토닥토닥 빨래하는 어머니의 분주함과
동기동기 기타 치는 그 아들의 한가함이
심심하면 쳐대는 괘종시계 종소리와
시끄러운 조카들의 울음소리 어우러진
가을 아침 내겐 정말 커다란 기쁨이야
가을 아침 내겐 정말 커다란 행복이야
응석만 부렸던 내겐
가을 아침 내겐 정말 커다란 기쁨이야
가을 아침 내겐 정말 커다란 행복이야
뜬구름 쫓았던 내겐
이른 아침 작은 새들 노랫소리 들려오면
언제나 그랬듯 아쉽게 잠을 깬다
창문 하나 햇살 가득 눈부시게 비쳐오고
서늘한 냉기에 재채기할까 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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