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해가 저무는 연말보다 이상하게 추석 지나고 시월의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초조함이 몰려든다.
연초 야심 차게 세웠던, 말 그대로 세우기만 해 놓은 계획들이 빠르게 스쳐지나가면서 아니, 뭐 했다고 벌써 가을이냐 싶어져 걱정과 불안으로 물든다.
올해도 이렇게 다 갔구나보다, 올해도 이렇게 가겠구나의 마음이 나를 더욱 초라하게 만드는 것 같다.
그럴 때 처방책으로 듣는 노래가 있다. 오늘 선곡이 바로 그 노래!
김동률의 '출발'이다.
이 노랠 들으면 내가 지금 멈춰 서 있는 자리가 어디든 상관없이, 지금 여기서 다시 천천히 출발하면 된다고 말해주는 것 같다. 이것저것 생각하지 말고 내 발길이 닿는 대로 거기서 그냥 다시 출발하면 된다고!
걱정과 불안이 차분히 기대와 설렘으로 바뀌는 노래다.
나는 언제 어디서든 내가 원하는 대로 출발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오늘의 선곡 플레이 들어갑니다:)
-가사-
아주 멀리까지 가 보고 싶어
그곳에선 누구를
만날 수가 있을지
아주 높이까지 오르고 싶어
얼마나 더 먼 곳을
바라볼 수 있을지
작은 물병 하나 먼지 낀 카메라
때 묻은 지도 가방 안에 넣고서
언덕을 넘어 숲길을 헤치고
가벼운 발걸음 닿는 대로
끝없이 이어진 길을
천천히 걸어가네
멍하니 앉아서 쉬기도 하고
가끔 길을 잃어도
서두르지 않는 법
언젠가는 나도 알게 되겠지
이 길이 곧 나에게
가르쳐 줄 테니까
촉촉한 땅바닥 앞서 간 발자국
처음 보는 하늘 그래도 낯익은 길
언덕을 넘어 숲길을 헤치고
가벼운 발걸음 닿는 대로
끝없이 이어진 길을
천천히 걸어가네
새로운 풍경에 가슴이 뛰고
별것 아닌 일에도
호들갑을 떨면서
나는 걸어가네 휘파람 불며
때로는 넘어져도
내 길을 걸어가네
작은 물병 하나 먼지 낀 카메라
때 묻은 지도 가방 안에 넣고서
언덕을 넘어 숲길을 헤치고
가벼운 발걸음 닿는 대로
끝없이 이어진 길을
천천히 걸어가네
내가 자라고 정든 이 거리를
난 가끔 그리워하겠지만
이렇게 나는 떠나네
더 넓은 세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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