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내 기분이 어떤지 알고 싶을 때, 지금 내 마음이 어떤지 궁금해질 때,
상처받은 마음에 발라 줄 빨간약이 필요할 때, 상처 준 미안함에 고개를 들 수 없을 때,
나만 홀로 서 있는 것 같을 때, 나만 딴 길로 들어선 것 같을 때···.
이런저런 이유로 속이 시끄러울 때면 이 책을 펼쳐든다. 그리고 손에 잡히는 페이지에 가만히 집중한다.
작가가 빵 고르듯, 그렇게 나의 '오늘의 기분'을 고르며 숨을 돌린다.
마음을 다독이고 싶을 때 읽으면 내 일상의 작은 행복 조각들을 발견할 수 있는 책입니다. :)
청을 녹이는 시간
어쩌면 사람의 마음도 그렇지 않을까? 차가워진 혹은 먹먹해진 마음에는 조금씩 저어주는 과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마음의 문제는 냉장 보관된 청보다 더 차갑게 굳을 수 있기에 단숨에 풀어지는 것이 아니라 '어느덧'이라는 시간이 필요하고, 더디게 나아진다. 그리고 저으며 녹이는 과정이란 일상의 다정한 한마디와 작은 표현, 그리고 노력하지 않아도 피워낼 줄 아는 표정이 아닐까.
점점 고개를 떨구며 이내 울고 싶어졌다. 엄마에게 미안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차갑게 대할 수 있는 존재는 엄마인 양 쉽게 내뱉고는, 죄송한 마음에 돌아서서 혼자 울기만 하던 내가 늘 미웠다. 간신히 죄송하다는 문자를 보내곤 했다. 고맙다는 말보다는 죄송하다는 말이 쉬워서. 가까운 사람 앞에서는 차가움으로만 설정된 사람인 줄 착각하며, 스스로 부드러움의 버튼을 누르길 머쓱해하는 멍청이가 바로 나다.
나의 차가움을 녹이기 위해서는, 나로 인해 차가워졌을 엄마의 마음을 먼저 녹여야 한다는 걸 유자차를 녹이며 알게 되었다. 엄마뿐 아니라 가까운 사람들과의 함묵된 냉기를 천천히 녹여내고 싶다. 그 녹임의 주체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하며 유자차 한 잔을 완성했다. 소서 위에 어울리는 작은 스푼을 놓았더니 이내 나아진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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