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시인 이적의 첫 산문집 [이적의 단어들]
이적이 고른 101개의 낱말들을 이적만의 문장으로 만들어낸 단편들이다.
모든 단편들이 다 좋았지만 그중 세 편을 소개해본다.
-책 소개-
새 책을 쓰려고 새 노트북을 산 사람이 있다. 그는 3년간 초고를 쓰면서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짧은 글들을 이따금 공개했다. 문제적 화두를 던졌고 사회적 울림을 전했고 대중적 공감을 자아냈다. 어느 날부턴가 제법 쌓인 단편들을 수차례 다듬고, 어디에도 내보이지 않은 미발표작들을 살피며 두 계절을 흘려보냈다. 눈치 빠른 이들은 알아챘다. 그가 책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 이름 앞에 수식어가 필요치 않은 싱어송라이터이자 타고난 이야기꾼. 이적은 그렇게 생애 첫 산문집을 썼다. 마감 직전 그는 유행을 타지 않고 오래 곁에 머무는 “시간을 견디는 책”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본문 발췌-
개떡 122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어"라는 건 개떡같이 말한 쪽에서 염치없이 강요할 얘기가 아니라, 감성과 지력을 총동원하여 마침내 상대가 원래 전하고자 했던 의미를 포착하는 일에 성공한 쪽에서 "개떡같이 말씀하셨어도 찰떡같이 알아들었어요"라고 한숨을 돌리며 토로할 얘기가 아닐까. 어느 쪽 입장이든 개떡같이 말했다는 사실만은 변하지 않으니, 찰떡같이 말해주세요.
공감능력 126
전염병 장기화로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다룬 기사, 그 아래 달린 두 가지 댓글.
하나는 "너희만 힘든 게 아니다."
또 하나는 "남 이야기가 아니다."
같은 상황을 해석하는 다른 마음. 후자의 마음을 지니고 싶다.
층간소음 170
쇼팽 콩쿠르 우승자의 소감.
"소음을 감내해주신 아파트 위아래, 옆집 주민들께 감사드립니다."
아랫집 할머니의 눈물.
"그놈의 바이엘 칠 때부터 들어왔지. 실력이 느는 게 느껴지면 짜증이 좀 누그러지곤 했어. 말도 마.
그 긴 세월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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