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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장 수집

[나의 문장 수집] 나의 운명 사용설명서-고미숙

by 나는된다 2023. 6.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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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사주팔자나 명리학에 관해서는 1도 모르는 내가 이 책을 왜 집어 들었을까?

오래전이라 잘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도 퍽퍽한 일상에 도대체 내 인생은 왜 이런가 싶은 절박한 심정에서였지 싶다.

그 답답함을 흔들리지 않는 단단함으로 바꿔준 책이다. 나를 알고 바로 세우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함의 중요성을 알려주었다.

타고난 명은 분명 존재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그 정해진 명 속에서 내가 어떤 걸음으로 걸을지는 내 의지에 달렸다. 내가 내딛는 걸음에 따라 내가 느끼고 누리는 삶은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이 책이 바로 그렇게 말하고 있다. 시선의 전환을 통해 삶은 변화할 수 있다고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운명을 바꾸는 것에 늘 스스로 고민하는 자세가 필수다.

타고난 팔자에 순응하며 살라고 할까 봐 겁내며 읽기 시작했는데, 팔자타령 하지 말라고 해서 좋았다.

사주명리학 설명 부분은 어려웠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사주명리학에 관해 공부하고 싶어졌다.

나라는 사람의 고유성을 이해하고 남과 비교하지 않는 삶을 살기 위해 한번쯤 읽어보시면 좋을 책입니다. :)

 


오리엔탈리즘 신비와 미신 '사이'

인류가 고안해 낸 운명론 가운데 음양오행론은 단연 독보적이다. 무엇보다 의학과의 긴밀한 결합이 가능하다는 것이 최대장점이다. 모모가 우주, 그리고 운명을 하나로 관통하는 '의-역학'이라는 배치. 다시 말해 가장 원대하고도 고매한 비전탐구이면서 동시에 가장 구체적이고도 실용적인 용법을 지니고 있다는 것. 다른 점성술은 운명을 읽어 낼 수는 있지만 거기서 끝이다. 그다음 스텝이 없다. 그렇다면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 아닌가. 운명을 안다는 건 '필연지리'(必然之理)를 파악함과 동시에 내가 개입할 수 있는 '당연지리'(當然之理)의 현장을 확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해진 것이 있기 때문에 바꿀 수도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이 우연일 뿐이라면 개입의 여지가 없다. 또 모든 것이 필연일 뿐이라면 역시 개입이 불가능하다. 지도를 가지고 산을 오르는 것과 마찬가지로 주어진 명을 따라가되 매 순간 다른 걸음을 연출할 수 있다면, 그때 비로소 운명론은 비전탐구가 된다. 

 

사주명리학은 타고난 명을 말하고 몸을 말하고 길을 말한다. 그것은 정해져 있어서 어찌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그 길을 최대한으로 누릴 수 있음을 말해준다. 아는 만큼 걸을 수 있고, 걷는 만큼 즐길 수 있다. 고로, 앎이 곧 길이자 명이다!

 

'팔자타령'에서 '운명애'Amor fati로!

 

자승자박! 자업자득! 즉, 길이든 흉이든 결국은 자신이 불러들인다는 것이다. 어떤 사건도 자신의 내부에 단서나 원인이 없다면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 그렇다! 운명은 외부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외부와 내부가 마주치는 지점에서 만들어진다. 이 원리를 깨우치지 못하면 마치 파블로프의 개처럼 일정한 조건만 주어지면 욕망과 행동을 반복하게 된다. 자기도 모르게 반복하는 리듬과 강밀도, 이것이 바로 팔자다. 해서, 팔자를 고치려면 자기 안에 있는 단서나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 동양사성이 내적 성찰과 통찰의 힘을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가 사는 세계는 어차피 좌충우돌, 파란만장의 리듬을 타야 한다. 화를 피하고자 하지만 실제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번뇌를 자양 삼아 살아간다. 번뇌가 없으면 대개 멍청해진다. 평소에 자신의 감정과 행동을 잘 관찰해 보라. 아프지도 않고 걱정거리도 없으면 행복해하는 것이 아니라, 지루하고 심심해한다. 이건 무슨 뜻인가? 사람들은 질병과 번뇌를 겪을 때라야 비로소 존재감을 확인하고 느낀다는 사실이다. 이게 바로 앞에서 말한 자업자득, 자승자박의 이치다.

정말로 개운을 하고 싶다면 무엇보다 이 이치를 전폭적으로 받아들이는 훈련이 필요하다. 산다는 건 절대 공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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