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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장 수집

[나의 문장 수집] 열두 겹의 자정-김경후

by 나는된다 2023. 7.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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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추천

어떤 시는 소설보다 긴 이야기를 들려준다.

오늘은 그런 짧은 시 한 편을 소개하고 싶다.

한 문장에 온 마음을 빼앗긴 시다.

누군가 나에게 '너의 모국어로 태어날 것이다'라고 말한다면

나는 그 사람을 평생 사랑할 것이다.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사랑의 강력한 무기가 될 시를 부지런히 읽어 내자. :)

 

김경후 시인
1971년 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자대학교 독어독문학과와 같은 대학 교육대학원 독일어교육학과를 졸업했다. 명지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1998년 《현대문학》을 통해 시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시집 『그날 말이 돌아오지 않는다』, 『열두 겹의 자정』, 『오르간, 파이프, 선인장』, 『어느 새벽, 나는 리어왕이었지』, 『울려고 일어난 겁니다』가 있다. 현대문학상, 김현문학패를 수상했다.

 

책 소개

'문학동네 시인선' 19권. 시인 김경후가 돌아왔다. 1998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해 2001년 첫 시집을 펴낸 이후 햇수로 11년 만이다. <그날 말이 돌아오지 않는다>라는 독특한 시제의 문장을 가진 첫 시집에 이어 이번에는 <열두 겹의 자정>이다.
흘러가버리는 시간에 부피가 생겼다. 읽는 이를 고요히 장악하는 '닫힘'과 '침묵'의 언어는 여전하다. "아귀의 심장보다 어둡고/ 바늘의 혓바닥보다 딱딱한/ 늑대 발바닥 냄새가 나는 이미지들,/ 질식의 리듬"(모래의 시)을 짓는 67편의 시. "부서지는 시"들에서 뚝뚝 묻어나는 어둠은 더욱 농밀해졌다.
시인의 손에 이끌려 그 어둠 속에 발을 들이면 어느새 의식의 경계가 허물어진다. 독특한 시간성 때문이다. "시간은 셀 수 없는 미래들을 향해 영원히 갈라지지요"라는 보르헤스의 말은, 적어도 그의 세계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바깥에서 안으로 끝없이 침잠해 들어가는 김경후 월드. 그곳에서 시간은 고이고 또 고여 겹겹이 쌓인다.

 

문자

 

다음 생애

있어도

없어도

지금 다 지워져도

 

나는

너의 문자

너의 모국어로 태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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