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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장 수집

[나의 문장 수집] 눈 깜짝할 사이 서른셋-하유지

by 나는된다 2023. 6.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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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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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유지 작가를 처음 알게 된 건 한국경제신문사에서 주관한 청춘신춘문예 장편소설 당선작인 「집 떠나 집」을 읽고서였다.

스물아홉의 여자 주인공 '동미'가 삶의 변화를 찾기 위해 집을 나간 뒤 겪는 여러 가지 단편적인 에피소드를 잔잔하게 그려낸 작품이었는데, 그 당시 신예작가였던 하유지 작가의 시선으로 써 내려간 글이 마음에 오랫동안 남았다.

그 이후 하유지 작가의 출간작은 모두 챙겨보고 있는데, 그중 오늘 소개할 작품은 「눈 깜짝할 사이 서른셋」이다.

아버지가 유품으로 남긴 압력밥솥과 수첩. 그 수첩 안에 적힌 세 사람을 찾아 만나면서 변화를 겪게 되는 주인공의 이야기다.

나는 여전히 나라는 문제집을 풀고 있지만 삶이 어려운 건 나이와는 별개인 것 같다. 결국 문제의 답은 나 스스로 찾아야 하는데, 그런 나를 응원하는 책이다.

아묻따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 

 

-책 소개-

참고서 편집자 서른세 살 영오가 죽은 아버지가 유품으로 남긴 수첩에 적힌 세 사람을 찾아 나서며 시작한다.
"200그램쯤의 무게만 겨우 버티는 조그만 플라스틱 고리" 같고 "사는 게 너무 바빠, 숨과 숨 사이가 서울과 부산 사이보다 먼" 삶을 살고 있던 그녀. 어머니가 사 년 전 폐암으로 죽은 뒤로 겨우 예닐곱 번 만난 아버지가 남긴 거라고는 월세 보증금 몇 푼과 수첩에 남긴 이름 세 개뿐이다. 그녀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아버지가 남긴 이름들을 찾아 나서기로 한다.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기적과 감동. '눈 깜짝할 사이' 서른이 넘어버린, 타인과의 관계가 힘에 부치는 그녀 앞에 나타나는 왠지 모르게 절반쯤 부족한 사람들. 그 부족한 사람들이 함께 나머지 절반을 찾아가는 이야기. 삶에 진득하게 달라붙는 '생계밀착형 감동 소설'이 시작된다.

 

12. 2월의 함박눈처럼, 인생은

미지는 중 2와 청춘 사이의 온순한 눈빛으로 엄마를 바라보았다.

"사람을 안다는 건 참 어려워. 그렇지? 이해한다는 건 더 어렵고, 그 사람이 나든 남이든 말이야."

"얘가 지금 뭐라는 거야?"

 

"엄마, 사람들이 뭘 알겠어? 아무것도 몰라."

이해 못할 상황이 답답한 나머지 화가 치솟은 신 여사, 열손가락을 갈고리처럼 오므린 채 팔을 뻗었다. 머리채를 휘어잡거나 뺨을 할퀴기에 적절한 자세다.

"학교 간다고 해! 안 해? 안 하면 너 죽고 나 죽고 다 죽는 거야."

 

"죽으라면 죽을게. 죽는 게 뭐 어렵나? 살아 있는 게 어렵지. 살아 있으면 살아야 하잖아. 살아가야 하잖아."

오른발을 창 아래쪽에 덧댄 쇠 장식에 올린다. 수수깡처럼 길고 가벼운 미지는 창을 뛰어넘어 허공에 착지할 듯 자유롭고도 여유로워 보였다. 신 여사의 얼굴이 시퍼레졌다. 아빠의 다리가 후들거렸다. 부서진 꽃다발.

"난 이제 알지도 못하는 애들하고 일 년씩 이 년씩 묶여 지내지 않을 거야. 친구 없는 걸 불편해하는 척하면서 나하고만 친해지는 짓, 그만둘래. 내 맘에 드는 사람들하고 친해지고 싶어. 난 그 사람들을 네모 말고 동그라미 속에서 찾을 거야. 엄마도 알지? 교실은 네모나고 지구는 둥글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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