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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장 수집

[나의 문장 수집] 나란한 얼굴-엄지용

by 나는된다 2023. 7.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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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시인은 오직 시를 놓아두는 사람,

시는 온전히 읽는 사람의 것'이라고 말하는 시인의 말에 무작정 집어 들었던 시집이다. 

우리를 이야기하는 시인 특유의 고요한 온도가 좋다.

 

  • 책 소개

『나란한 얼굴』은 독립적으로 자유롭게 문학 활동을 하는 엄지용 시인의 세 번째 시집이다. 2014년부터 독립적으로 「시다발」, 「스타리스타리나잇」을 발행한 시인 엄지용은 오랜 밤 동안 의지와 정성으로 만든 69개의‘시’라는 문을 많은 사람들에게 내어주기 위해 별빛들과의 협업으로 용기내어 선보인다. 『나란한 얼굴』에서는 자상하고 친절한 엄지용 시인 특유의 온도가 한 차원 높게 담겨져 있다. 쉽게 다가와 가슴에 오래 남는 엄지용. 우리는 더욱 진해진 그를 만남으로 든든한 용기와 정돈된 마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걷던 아스팔트 깨진 틈에 꽃향기가 난다

그 틈으로 아스팔트는 숨을 쉬었다

깨진 틈은 아스팔트의 홈이었다

 

나에게도 흠이 있다

너에게도 있을 것이다

 

너의 흠과 나의 흠이 만나는 곳에도

그 틈에도 아마 싹이 트고 꽃이 필 것이다

 

흠은 흠이 아니고 그저 틈일 그곳에서

우리는 숨을 쉴 것이고

우리에게서도 꽃향기가 날 것이다

 

골목에서

 

골목길 어딘가 서서 우리도 이런 거구나 생각한 적 있어요

우리 사이에도 골목이 이렇게 많겠구나 그런 생각이요

사람 살아온 길 다 다르고 당신과 나도 걸어온 길 다른데

그런 우리 둘이 만나려 하니 골목들이 얼마나 많겠나 그런 생각이요

 

불안하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그럼 우린 어디쯤에서 만나야 하는지 말이에요

당신은 어느 골목을 지나고 있는지

나는 가만히 기다려야 하는지 마중을 나가야 하는지

그 많은 골목 지나다 우리 엇갈리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런 마음들이 불안해진 적 있어요

 

그래도 계속 기웃거리면 어디선가 만나긴 하겠다 생각했어요

그럼 그땐 우리 손을 잡자 말하려고요

 

사람들은 간절해지면 자기 손을 맞잡고 기도를 하거든요

그러니까 우리는 서로 손을 잡자고 하려고요

우리 손잡은 모양이 기도하는 모양이 될 거예요

 

우리는 그걸 같이 믿으며 살자고요

손잡은 마음

그게 우리의 기도가 될 거예요

 

 

내게 약속하던 사람 있었네

기억을 잊었나 야속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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