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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장 수집

우리가 돈이 없지, 안목이 없냐? - 아무개

by 나는된다 2021. 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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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다고 왜 철학이 없겠는가?

 

안목

 

나, 자신 있게 말하건대 결코 안목이 없지 않네. 오히려 나의 높은 안목에 소스라치게 놀랄 때도 왕왕 있는 걸. 가격표를 보지 않고 그저 마음에 드는 제품을 고르면 여지없이 그 가게에서 가장 비싼 물건이니 말일세. 그러니 내가 안목이 없다고 할 수는 없네. 그런데 내가 가진 물건들이 하나같이 왜 그따위냐고?

'안목'이 없는 게 아니라 '돈'이 없기 때문이네. 내 경제적 형편을 고려해 물건을 골라야 하기에 높은 안목대로 물건을 살 수 없는 노릇이라 하면 믿어주려나. 철저하게 가성비 (가격 대비 성능)를 고려한 소비를 해야 하니 그럴 수밖에. (말하려니 목이 메는구먼.)

 

안목이 있니, 없니 함부로 말하지 마시게. 다시 말하지만 나는 안목이 없는 게 아니라 돈이 없는 것일 뿐이네. 돈 없는 것도 서러운데 안목까지 의심받으니 얼마나 서러운지, 원.

 

빌어먹을 돈

 

SNS는 자기 과시의 각축장이 된 지 오래고 연신 올라오는 사진을 훔쳐보는 아무개들은 질투, 부러움, 허탈함, 자괴감, 박탈감에 괴로워하지. 돈의 많고 적음에 따른 은근한 차별과 무시 속에서 때로는 좌절하고 때로는 격분하는 사회. 이제 세상은 마음껏 쓰는 자와 그것을 동경하는 자, 두 부류로 잔인하게 양분된 듯해. (빌어먹을!)

 

목욕탕에 갔네. 옷을 벗고, 학교와 직장을 벗고, 차와 집을 벗은 알몸의 사람들 사이에서는 학벌도, 지위도, 계급도, 우열도, 차별도 없더군. 온전히 나야, 배가 좀 나온. (정정하겠네. 배가 좀 많이 나온.) 잠시 '목욕탕 같은 세상'을 꿈꿨다면 내가 가진 게 '없기' 때문일까?

 

나, 젊은 그대에게 한마디 함세. (이 정도의 말은 해도 괜찮은 나이가 된 듯해서.) '돈 없음'이 '불편'하다고 느낄지언정 '불행'하다고 생각진 말게나. 부자와 빈자로 나누는 건 자본주의의 논리라네. 더 많이 가진 자, 덜 가진 자라고 '돈'을 준거로 자신을 판단하고 몰아세우고 그로 인해 그대의 소중한 삶이 송두리째 무가치해지도록 맥없이 내버려두진 마시게. 그깟 돈이 뭐라고.

 

추억으로 사는 삶

 

누군가 그랬지. 사람들은 1년 중 고작 10여 일 남짓 만개한 벚꽃을 추억하며 나머지 1년을 살아낸다고. 추억을 먹고 살게나, 좋았던 추억으로만. 아픈 기억은 통째로 잊어버리고. (그러한다 한들 나무랄 이 없으니.) 잊지 말게. 벚꽃도 화려하게 만개한 날은 고작 10여 일뿐이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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