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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날들 - 메리 올리버

by 나는된다 2021. 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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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사랑하기 위해 세상을 걷는다.

 

습관, 다름, 그리고 머무는 빛

 

1

균형 잡힌 삶을 사는 데는 습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신앙심 깊은 사람들은 문자 그대로 습관을 옷처럼 입고 산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중요한 일보다는 사소한 일에 습관적으로 행동할 때가 많다. 더 심각하고 흥미로운 일,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더 복잡한 일은 하루 더 기다리는 경우가 많지만 단순한 문제들은 바로 처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습관을 통해, 그 현명한 도움을 통해 스스로를 아주 훌륭하게 개선할 수 있다. 하지만 습관은 우리에게 도움을 준다기보다는 우리를 지배한다고 볼 수 있다.

숲속의 새나 산언덕 위의 여우는 사소한 것을 위해 중요한 것을 포기하는, 그런 기회를 갖지 못한다. 그들에게도 습관은 옷 같은 것이며 사실상 신체 생활의 구조 그 자체다. 생명 유지를 위해 지금 당장 하지 않으면 영원히 못하는 것이다. 짝짓기, 둥지 만들기, 가족 부양하기, 이주, 겨울에 더 따뜻하게 무장하기, 이 모든 일들이 제때에 정성을 다해 이루어진다. 이 일들에는 생명력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장난스러움, 우아함, 유머도 들어 있지만 말이다. 또한 나무는 잎을 억제하지 않고 때가 되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돋아나고 스르르 떨어지게 한다. 물도 어느나 마느냐를 스스로 결정하지 않는다. 온도의 법칙에 맡긴다.

 

다름과 기발함은 달콤하지만, 규칙성과 반복 또한 우리의 스승이다.

 

우리 삶의 양식은 우리를 보여준다. 우리의 습관은 우리를 평가한다. 우리가 습관과 벌이는 싸움은 아직 실현되지 않은 꿈들을 말해준다. 나는 헌신과 유머, 둘 다에 진지한 여우가 되고 싶다. 기나긴 겨울에 대비해 육중한 문을 닫는, 용감하면서도 순응할 줄 아는 연못이 되고 싶다. 하지만 아직은 그런 빛나는 삶에, 순백의 행복에 도달하지 못했다. 아직은.

 

워즈워스의 산

 

4

우주가 무수히 많은 곳에서 무수히 많은 방식으로 아름다운 건 얼마나 경이로운 일인가. 그러면서도 우주는 활기차고 사무적이다. 우주가 우리를 위해서나 우리의 발전을 위해서 그 섬세한 풍경들을 보이고 괴력을 과시하고 인식을 하는 건 분명 아니다. 그럼에도 그 억양들은 우리에게 최고의 활력소가 된다. 우리가 그것들을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말이다. 우주에는 빛나는 암시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어떤 이유로든 우리 마음은 세상의 모습과 행위들을 도덕성과 용기로부터 분리할 수 없으며, 모든 관념은 실체에 표현됨으로써 그 힘이 강화된다(창조되는 건 아니라고 해도). 우리는 나비에서 거듭거듭 초월이라는 관념을 본다. 숲에서는 무기력함이 아닌 야심을 본다. 영원히 떠나고 영원히 돌아오는 물에서는 불멸을 체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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